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프로세스 마이닝의 역할

DX, 여전히 유행어일 위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이라는 말이 기업 경영 담론에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2026년 현재도 이 단어는 "그래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여전히 모호해지곤 합니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IoT 같은 디지털 기술을 전통적인 제조·금융·공공·유통 조직에 이식해 새로운 방식으로 업무를 혁신하겠다는 방향성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실제 오퍼레이션 현장과 경영진의 전략 사이의 간극을 메울 실천적 도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프로세스 마이닝은 바로 이 간극을 메우는 도구로 주목받아 왔고, 지난 몇 년간의 기술적 진화를 통해 그 역할이 한층 구체화되었습니다.
"프로세스 마이닝"에서 "프로세스 인텔리전스"로
2026년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시장의 명칭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Gartner는 2026년 5월 기존의 프로세스 마이닝 매직 쿼드런트를 프로세스 마이닝, 태스크 마이닝, 모델링, 모니터링을 아우르는 '프로세스 인텔리전스 플랫폼' 매직 쿼드런트로 대체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프로세스 마이닝이 로그를 분석해 현황을 보여주는 수동적 진단 도구에서 벗어나 오케스트레이션·의사결정과 결합된 하나의 아키텍처 계층으로 확장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Gartner는 2026년 7월 '조직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of an Organization, DTO)' 플랫폼에 대한 첫 매직 쿼드런트를 발표했으며, DTO를 운영 및 맥락 데이터에 기반해 조직이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이해하고, 현재 상태와 연결하고, 변화에 대응하며, 자원을 배치하고, 미래 상태를 시뮬레이션하는 동적 소프트웨어 모델로 정의합니다. 프로세스 마이닝은 바로 이 디지털 트윈을 구성하는 현실 데이터의 원천이자 엔진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프로세스 마이닝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기존의 두 축 — ① OT/IT와 전략을 잇는 연결자, ② AI를 위한 현실 업무의 디지털 변환 — 을 유지하면서도, 그 구현 방식이 훨씬 정교해졌습니다.
첫 번째 역할: OT·IT와 전략을 잇는 연결자, 이제는 오브젝트 중심으로
기존 프로세스 마이닝은 케이스(case) 하나를 중심으로 이벤트를 순서대로 엮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여러 부서·여러 오브젝트(주문, 배송, 청구서, 설비 등)가 얽힌 실제 업무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2026년 현재 이 한계를 해결하는 핵심 기술이 **오브젝트 중심 프로세스 마이닝(Object-Centric Process Mining, OCPM)**입니다.
OCPM은 수년간 '미래 기술'로만 언급되었지만, 2026년에는 실제 현장에 적용되는 단계로 접어들었으며, 여러 조직의 우수사례 센터(CoE)가 레거시 모델을 오브젝트 중심 모델로 전환하고 있고, 더 많은 툴들이 이를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데이터 차원에서 뒷받침하는 것이 OCEL 2.0이라는 개방형 표준입니다. OCEL 2.0은 오브젝트 중심 마이닝(OCPM)의 데이터 이식성을 보장하는 표준으로, BPMN이 프로세스 모델을 도구 간에 읽히게 하고 MCP가 AI 에이전트의 데이터 접근 방식을 표준화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마이닝 영역에서 수행합니다. 다만 일부 플랫폼은 자체 질의 언어와 독자적인 그래프 구조 위에서 오브젝트 중심 마이닝을 구현하고 있어, OCEL 2.0 익스포트 지원 여부가 실질적인 데이터 이식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규제 산업의 경우 이벤트 로그가 클라우드로 복제되는 방식 자체가 데이터 주권 이슈로 다뤄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기존 글에서 말한 "OT·IT 레벨의 로그 데이터로 KPI를 가시화"하는 역할을 어떻게 바꾸었을까요. 과거에는 하나의 프로세스, 하나의 케이스 관점에서 병목을 진단했다면, 이제는 조직·설비·제품·주문·고객이라는 여러 오브젝트가 서로 어떻게 얽혀 지연과 재작업을 만들어내는지를 하나의 통합된 그래프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상위 전략 단계에서 "어느 부서의 어느 프로세스가 문제인가"를 넘어 "여러 부서를 관통하는 구조적 병목이 어디에 있는가"를 짚어낼 수 있다는 뜻이며, 결국 프로세스 마이닝이 전략 계층과 오퍼레이션 계층을 잇는 연결자로서 더 정밀한 언어를 갖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로그로 잡히지 않는 수작업 구간을 "측정을 통해 관리 가능한 대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드러커의 통찰 — If you can not measure, you can not manage — 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이제는 그 측정의 대상이 단일 프로세스가 아니라, 여러 오브젝트가 얽힌 조직 전체의 디지털 트윈으로 확장되었다는 점이 2026년의 차이입니다.
두 번째 역할: AI를 위한 디지털 변환, 이제는 "에이전트를 위한 근거(Grounding)"로
기존 글에서 언급한 "현실 업무를 벡터로 임베딩해 머신러닝이 학습 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디지털 변환의 역할은 2026년에 더 뚜렷한 문제의식으로 재정립되었습니다.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 반 데어 알스트(van der Aalst)의 논문 제목이기도 한 "No AI without PI", 즉 "프로세스 인텔리전스 없이는 AI도 없다"는 명제입니다. 그는 생성형·예측형·처방형 AI가 산업 현장에서 성과를 내려면 오브젝트 중심 프로세스 마이닝을 통한 '근거화(grounding)'가 필요하며, 프로세스 관련 데이터는 텍스트와 달리 구조화되어 있고 조직 특유의 성격을 가지며 매우 동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을 짚고 있습니다.
이 문제의식이 실제로 구현되는 방식은 크게 세 갈래입니다.
첫째, 생성형 AI와의 결합을 통한 자연어 기반 분석. 생성형 AI는 대출 심사나 수주-대금회수(O2C)처럼 수백 개의 단계와 수천 개의 경로를 가진 복잡한 프로세스에서 숨겨진 패턴과 이상 징후를 관리자가 쉽게 파악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프로세스 트윈을 활용한 what-if 시뮬레이션에서, 과거에는 통계적 파라미터를 이해하는 전문 인력이 필요했지만 생성형 AI가 시뮬레이션 파라미터 튜닝 시간을 줄이고 진입장벽을 낮춰, 현업 담당자가 "포장 인력을 몇 명 더 배치하면 배송 리드타임이 얼마나 줄어드는가" 같은 질문을 자연어로 던지고 답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둘째, 텍스트·비정형 데이터의 이벤트 로그화. 기존에는 ERP·MES 등 정형 트랜잭션 로그만 마이닝의 대상이었다면, 2026년에는 휴리스틱 NLP와 생성형 AI 기법을 활용해 비정형 텍스트 기술문으로부터 직접 오브젝트 중심 이벤트 로그(OCEL)를 추출하는 접근이 등장했습니다. 이는 콜센터 상담 기록, 현장 작업일지, 민원 처리 문서처럼 그동안 "로그가 남지 않아 프로세스 모델에서 누락되었던" 수작업 영역을 디지털 변환의 대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ScienceDirect
셋째, 에이전틱 AI 자체를 마이닝하는 단계로의 확장. 이것이 2026년의 가장 새로운 변화입니다. AI 에이전트가 업무를 자동으로 수행하는 시대가 오면서, 이제 프로세스 마이닝의 대상은 사람과 시스템의 로그뿐 아니라 AI 에이전트의 실행 로그 자체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에이전틱 워크플로가 시범 단계에서 실제 운영 단계로 넘어가면서, 속도·효율성·컴플라이언스를 개선하고 환각(hallucination)과 드리프트를 조기에 포착하기 위해 실제 실행 과정에 대한 가시성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고, 이에 따라 AI 에이전트의 실행 계획과 작업 감사 로그 테이블 자체를 마이닝하는 기능이 등장했습니다. 즉, 프로세스 마이닝이 "사람의 업무를 AI가 이해할 수 있게 변환하는 도구"를 넘어 "AI 에이전트의 업무 수행 자체를 검증하고 신뢰를 부여하는 감사 도구"로도 쓰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DTO 트렌드에서 강조되는 것처럼, AI 에이전트가 신뢰할 수 있고 통제 가능하게 행동하려면 조직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실시간의 신뢰할 수 있는 맥락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강조점이 'AI의 통찰력'에서 'AI가 안전하게 행동할 수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는 것입니다.
맺으며: 프로세스 마이닝은 DX의 '측정 인프라'에서 '신뢰 인프라'로
2026년의 프로세스 마이닝은 여전히 "OT/IT와 전략을 잇는다"는 첫 번째 역할과 "현실 업무를 AI가 다룰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한다"는 두 번째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 구현 방식은 훨씬 정교해졌습니다. 오브젝트 중심 마이닝과 OCEL 2.0은 여러 부서를 관통하는 구조적 병목을 하나의 그래프로 드러내고, 생성형 AI는 그 결과를 자연어로 풀어내며, 무엇보다 AI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를 대신 수행하기 시작한 지금 프로세스 마이닝은 그 에이전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검증하는 감사 계층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프로세스 인텔리전스는 프로세스 마이닝, 프로세스 오케스트레이션, 그리고 의사결정 게이트를 하나의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로 결합해, 업무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여주고, 다음에 일어날 일을 통제하며, 자동화와 AI를 감사 가능한 경계 안에 묶어두는 역할을 합니다. 결국 프로세스 마이닝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에서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원칙을 실현하는 도구를 넘어, AI가 조직 안에서 안전하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신뢰의 인프라로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